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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활웅자료실] <시사촌평> 6자회담, 협상인가? 재판인가?

저자
이활웅
출처
통일뉴스
발행일
2005-05-02
<시사촌평> 6자회담, 협상인가? 재판인가?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북한의 참가거부로 암초에 부딪쳐 관련국들이 국면타결을 위해 분주한 외교접촉을 가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크리스토퍼 힐 신임 미 동아태담당 차관보는 한중일 3국을 연쇄방문한 후 4월 29일 서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다른 길도 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6자회담 재개가 최선의 방안이라고 말했다.

또 이보다 앞선 28일의 기자회견에서 부시 대통령은 북핵문제의 유엔 안보리 회부는 다른 나라들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6자회담을 통한 외교적 해결을 추구하는 것이 미국의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로서 걱정되던 6월 위기는 일단 피하게 된 것 같다.

그러나 부시는 6자회담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북한의 최고지도자를 굳이 “위험한 인물”이며 “폭군”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북한은 부시를 험한 용어로 비난하면서 부시행정부와는 협상할 생각이 없다고 맞받았으니 6자회담의 앞날은 매우 어둡게 된듯하다.

부시는 라이스 국무장관이 인준청문회에서 북한을 “폭정의 전초기지”라 한 발언을 북한이 걸고들어 6자회담 참가를 거부하고 있다는 것을 모를 이가 없다. 그런데도 그가 북한을 가장 자극하는 발언을 서슴치 않았다는 것은 미국이 진정 6자회담을 통한 북핵문제의 외교적 해결을 바라고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미국은 아마도 북한핵문제를 꼭 서둘러 타결해야 할 긴급문제로 보지 않는 것 같다. 표면으로는 북핵문제를 동북아의 안전을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화급한 문제인 듯 떠들지만 기실 미국은 북한의 핵 능력을 대수롭지 않게 평가하고 있으며 따라서 협상을 서두르지 않고 있다. 또 미국의 대북정책의 궁극적 목표는 북한정권의 붕괴이므로 북한이 요구하는 체제안전보장을 해줄 생각은 전혀 없다.

그러나 6자회담을 타결하지는 않되 계속 유지는 해야겠다는 것이 미국의 생각인성 싶다. 6자회담 미해결상태의 연장은 남북 간의 화해와 경제협력에 제동을 걸고 통일을 방해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6자회담에서 고답적인 자세로 북한을 계속 압박해 나가면 북한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어떤 도발행위를 감행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미국의 군사행동을 정당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미국이 이런 상황을 기대하면서 성과 없는 6자회담의 계속을 바라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6자회담은 지금까지 주로 북한과 미국 간의 문제로만 인식되어오던 한반도의 안보문제에 주변국들도 발언권을 가지게 해주었다. 그래서 남한은 물론 중국, 러시아나 일본도 6자회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어찌 보면 동북아의 새로운 강국으로 등장하는 중국을 미리 견제하기 위해 일본의 입지를 강화시켜 두자는 미국과 일본의 숨은 의도에 역이용당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우려된다.

또 한 가지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그간 6자회담의 경과를 보면 미국은 북한을 외교협상의 대상으로 대접하지 않고 법의 심판을 받는 범법자처럼 취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외교협상이란 기본적으로 줄 것을 주면서 받을 것을 받아내는 주권국가간의 흥정이다.

그런데 미국은 6자회담에서 “네 죄를 네가 알렸다. 이실직고하지 않고는 살아남지 못할 지어다”는 식으로 북한을 윽박지르고 있다. 이것은 수사관이나 재판관이 피의자나 피고를 다루는 자세이지 주권국가간의 협상 태도가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체제보존을 위한 북한의 해무기 개발을 이해할 수도 있다고 했다. 또 우방에게도 싫은 소리를 할 때는 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노 대통령은 6자회담이 북한을 재판하는 법정이 아니라 북한과 협상하는 외교무대임을 미국에게 지적해야 할 것이다.

(2005년 5월 2일자 통일뉴스 시사촌평15 자료입니다)
작성일:2020-10-13 10:09:32 112.160.110.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