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에 대해서는 미국을 비롯한 어느 나라로부터도 참가의 권유를 받은 바가 없고 한국 정부도 검토하지 않고 있다.”

호주를 방문 중이던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3일 캔버라에서 열린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의 공동기자회견에서 베이징 동계올림픽 참가 여부와 관련 이같이 밝혔습니다. 한마디로 ‘베이징 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지난 6일(현지시각) 이미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한 터라,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묘한 긴장감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외교적 보이콧’이란 올림픽에 선수단은 보내겠지만 정부 고위인사 등으로 구성된 공식 사절단은 보내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미국 측은 보이콧 이유로 ‘신장 위구르 지역에서의 인권침해’를 들었습니다.

통상 미국이 외교적·군사적 제스처를 취하면 미국과 이른바 ‘동맹관계’에 있는 나라들도 대개 따라가기 마련입니다. 이번에도 미국이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선수 치고 나오자 미국과 늘 보조를 맞춰 온 이른바 ‘파이브 아이스’ 국가들인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도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의 선택은 놀라운 것입니다. 미국 측은 외교적 보이콧 결정을 동맹국들에게 통보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우회적으로 동참을 권고한 셈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문 대통령의 ‘외교적 보이콧 무검토’ 발언에 대해 미국 국무부가 13일 “올림픽 참가에 대한 한국 대통령의 결정은 그들 스스로 내릴 결정이고, 미국이나 다른 나라 정부가 그들을 위해 내려줄 것이 아니다”라고 반응했는데, 다소 냉랭함이 흐릅니다.

문 대통령이 미국과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또 냉랭함을 감수하면서도 ‘외교적 보이콧 무검토’ 발언을 한 이유는 무엇일가요?

먼저, 올림픽 정신을 지키고 올림픽 주최국으로서의 역할을 하고자 했습니다. 한국은 4년 전인 평창 동계올림픽의 주최국이었습니다. 이전 주최국이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미국의 입장을 따라 ‘외교적 보이콧’ 동참을 선택한다는 것은 성숙하지 못한 모습입니다. 그런 점에서 2024년 하계올림픽 주최국인 프랑스와 베이징 다음번 동계올림픽(2026년) 주최국인 이탈리아 역시 ‘외교적 보이콧’ 동참을 거부한 것도 평가를 해야 합니다.

또한, 국익 차원에서 봐도 ‘외교적 보이콧 무검토’가 정당합니다. 특히 우리의 경우 미·중 갈등시대에서 선택과 처신이 중요한데 이번 결정은 국익에 맞는 것이고 아울러 향후 처신에도 전범이 될 것입니다. 미·중 갈등의 주요인이 무역 갈등인데, 국익 차원에서 볼 때 한·중 무역액이 한·미 무역액과 한·유럽 간 무역액을 합친 것보다 규모가 더 큽니다. 당연한 수순이기에 한·미 간 냉랭함을 감내해야지 굳이 한·중 갈등을 일으킬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특히, 최근에 공을 들이고 있는 ‘종전선언’을 의식했을 것입니다. 역사가 두 번 반복되기는 쉽지 않겠지만 여기에는 4년 전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한 추억이 있습니다. 당시 북한이 전격적으로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선언하자 평창올림픽이 단번에 평화올림픽으로 전변되면서 한반도에는 평화의 물결이 넘쳤습니다. 마침 정부가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도 그러한 평화의 올림픽이 되기를 그리고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역내 평화의 올림픽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속내를 밝힌 것은 종전선언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종전선언의 한 당사자인 미국의 외교적 보이콧으로 당장 베이징 올림픽이 종전선언의 무대로 되기는 쉽지 않겠지만 우리로서는 베이징 올림픽의 정상적 참여로 그 모멘텀을 이어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기회는 실천하면서 기다리는 사람에게 옵니다. 종전선언은 아직 살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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