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단·대리인단은 3일 오후 외교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민관협의회 불참을 선언했다. 사진은 지난 14일 2차 민관협의회 직후 지원단·대리인단 기자회견 모습. [자료사진 - 통일뉴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단·대리인단은 3일 오후 외교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민관협의회 불참을 선언했다. 사진은 지난 14일 2차 민관협의회 직후 지원단·대리인단 기자회견 모습. [자료사진 - 통일뉴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단·대리인단은 3일 “외교부의 대법원 의견서 제출 및 전후 사정을 고려할 때, 외교부와 피해자 측 사이에 신뢰관계가 파탄났다고 판단한다”며 “이후 민관협의회 불참을 통보한다”고 밝혔다.

일본제철, 미쓰비시중공업, 후지코시 상대 강제동원 소송 피해자 지원단인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와 피해자 대리인인 법무법인 해마루 장완익·임재성·김세은 변호사는 3일 오후 1시 외교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민관협의회에 참여하고 있는 피해자 지원단·대리인단은 현재 2회까지 진행된 민관협의회에서 피해자 지원단·대리인단이 전달할 의견은 대부분 전달하였다고 판단한다”면서 이후 민관협의회에 불참하겠다고 발표했다.

장완익, 임재성 변호사 등은 지난 4일과 14일 조현동 외교부 1차관 주재로 진행된 ‘강제동원 관련 민관협의회’ 1,2차 회의에 참석한 바 있다.

이들은 “민관협의회가 의결(결정)기구가 아닌 의견수렴 기구라는 점은 외교부 측이 수차례 밝혀왔는바, 피해자 측 의견전달은 충분히 이루어졌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결정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 것은 최근 외교부가 대법원에 제출한 ‘의견서’ 때문이다.

이들은 “피해자 지원단·대리인단은, 외교부가 2022. 7. 26. 대법원에 미쓰비시 중공업의 국내 자산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매각명령결정 재항고 사건 2건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한 행위에 대해 심각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외교부가) 강제동원 집행절차를 지연시키려는 모습은 재판거래의 피해자들인 강제동원 소송 원고들에게는 매우 충격적인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외교부는 지난달 26일 대법원에서 손해배상 청구 소송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양금덕‧김성주 할머니의 현금화(매각) 명령 사건이 계류된 대법원 상고심 담당 재판부 2곳에 대법원 민사소송규칙 제134조의2를 근거로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 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의견서 제출을 공개하고 피해자 측을 찾아 설명했다고 밝혔다. [갈무리 사진 - 통일뉴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 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의견서 제출을 공개하고 피해자 측을 찾아 설명했다고 밝혔다. [갈무리 사진 - 통일뉴스]

지난달 28일 이상렬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은 광주 일제강제동원 시민모임 사무실을 찾아 의견서 제출에 대해 설명했고,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 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관련 질문에 “피해자 측에는 의견서를 내고 나서 외교부에서 찾아가서 설명해 드렸다”고 답했다.

이들은 “민관협의회라는 공개적인 절차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그 절차에서 전혀 논의되지 않음은 물론 피해자 측에 사전에 어떠한 논의나 통지도 없이 의견서가 제출되었다”고 지적하고 “피해자 측이 사후적으로나마 외교부에게 의견서를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외교부는 이미 제출된 의견서조차 피해자측에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외교부 의견서 제출행위는 실질적으로도 피해자 측의 권리행사를 제약하는 중대한 행위”라며 “언론을 통해 확인된 외교부 의견서 내용으로 볼 때, 피해자 측은 사실상 대한민국 정부가 대법원에게 ‘판단을 유보하라’라는 취지로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판단한다”고 전제하고 “이는 헌법이 보장한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외교부는 대법원이 ‘현금화’ 판결을 내릴 경우 한일 관계가 어려워질 것이라며 ‘현금화’ 이전에 우리 정부의 ‘방안’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민관협의회 의견수렴 절차와 피해자 개별면담 등을 진행 중이다. 의견서에 ‘판단 유보’를 요청했을 개연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들은 “외교부 의견서 제출로 인해 신뢰가 훼손되었기에, 민관협의회의 불참을 통보한다”고 거듭 밝히고 “피해자 측은 이후 정부 안이 확정되면, 이에 대한 동의여부 절차에는 협조할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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