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와 전쟁을 거친 우리 사회는 수치스런 근대사에 대해 도외시하게 마련이다. 국사 교과서를 통해 개화파와 위정척사파가 쓰러져가는 나라를 구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역부족이었고, 내부분열과 부패‧무능으로 나라를 빼앗겼다는 정도로 건너뛰게 마련이다. 못난 선조들 탓에 나라를 잃었다는 패배주의적 시각이 지배적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김이경,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한국 근대사』, 초록비 책공방, 2022. 7. [자료사진 - 통일뉴스]
김이경,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한국 근대사』, 초록비 책공방, 2022. 7. [자료사진 - 통일뉴스]

김이경 남북역사문화교류협회 상임이사가 최근 펴낸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한국 근대사』(초록비 책공방)는 이같은 우리 근대사에 대한 무력감을 걷어내고 그야말로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이끄는 안내서이다.

‘실패를 넘어 자주적 독립 국가를 꿈군 민중의 역사’라는 부제가 웅변하듯 도도한 ‘민중의 역사’는 숱한 실패와 좌절에도 불구하고 거대한 역사의 물줄기를 이뤘고 오늘의 우리가 있을 수 있는 뿌리가 되었다는 인식이다.

근대의 첫 장면에 해당하는 1866년 미국 제너럴셔먼호 사건부터가 그렇다. “불길에 휩싸인 제너럴셔먼호는 대동강에 수장되어 흔적도 남지 않았다. 제너럴셔먼호 선원 스무 명은 한 명도 살아 돌아가지 못했다.”(20쪽) 더 중요한 것은 그 주역이 관군이 아니라 ‘평양 사람들’이었다는 것이다.

이후 갑신정변에서도 김옥균 등 개화파에 대한 평가도 “개화파는 조선을 두고 청나라와 대립하고 있던 일본을 잘 이용하면 근대 개혁을 위한 정변 수행에 활용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김옥균은 일본을 세 차례나 방문해 일본이 절대 조선의 개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신했다”(85쪽)고 서술하는 등 ‘친일파 김옥균’ 평가와는 결을 달리하고 있다.

근대의 핵심 분수령에 해당하는 동학농민혁명에 대해서도 동학 상층부의 동요성에 주목하고 전봉준을 중심으로 한 중하층 농민들의 ‘갑오농민전쟁’으로 명명한 것도 이 책의 시각을 잘 드러내고 있다.

무엇보다도 저자는 ‘반일 의병운동’에 많은 지면과 관심을 할애했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특히 반일 의병운동사를 보면서 우리 민족의 놀라운 투혼을 절감했다”며 “이런 민족이라면 아무리 어려워도 반드시 자신의 힘으로 민족의 자주권을 지켜내고야 말았겠다는 믿음마저 생겼다”고 적고 있다.

이쯤에서 한 번쯤, “어? 그러면 북한 시각과 비슷한 것 아냐?”라는 질문이 자연스레 떠오를 수 밖에 없다. 이 책 저자 소개란에는 북녘을 여러 차례 오간 저자가 “많은 부분에서 민족사에 대한 해석이 다를 수 있음을 느끼고 남북 민간 교류 못지 않게 역사적 쟁점 또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이 책은 이러한 필요에 의해 우리 근대사에 대한 남과 북의 인식 차이를 살펴보고 서로 공감할 만한 영역을 정리해서 집필했다”고 밝히고 있다.

저자가 상임이사를 맡고 있는 남북역사문화교류협회가 진행하고 있는 일련의 근대사 강좌나 현장답사 등도 이같은 문제의식에서 진행되고 있고, 지금은 닫혀 있지만 언젠가 남북의 문이 열리면 역사문화교류를 본격 추진함으로써 저자의 문제의식이 결실을 맺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우리 근대사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면 남북 역사 교류뿐 아니라 우리 역사와 민족에 대한 자긍심을 더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지배층의 역사가 아니라 반봉건, 반외세 투쟁을 통해 우리 민족 스스로가 주인이 되어 자주적 근대 국가를 이루고자 했던 민중 주도의 역사야말로 한국 근대사의 진정한 모습”이라고 적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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